형. 오랜만.
형. 오늘 너무 보고 싶네.
살면서 한번도 본적도 없는 사람이 말이야.
형 말마따나 내가 세상을 비웃었던 것만큼, 난 더 초라해질거야
아무래도 좋지. 난 내 젊음을 바쳤을뿐, 실패했을뿐이고, 무모했을뿐이니까
남들은 이만했으면 성공한 인생이라 이야기할거야.
누구나 다 먹고살만한 인생이라 이야기할거고.
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아. 먹고살만한 인생.
이젠 무난한, 평탄한, 그런 인생
내가 뭘 원했던 상관없이 뉴스앵커가 너무 예뻤던 인생 말야.
그런만큼 난 잊혀질거고, 지워질거야. 모두에게서 영원히
애초부터 날 기억한 사람들도 없을테니까 잊혀지고 말 것도 없겠지.
도전한적도 없고, 성취한적도 없는 사람이 누구에게 기억되겠어.
형은 영원히 남아서 노래하겠지만, 난 노래할 수 없을 것 같아.
그래도 어디에서든, 혼자서 가끔 이렇게 노래를 들으며 울겠지.
진원이 형님.
난 그저그런 인간이 되어버렸어. 모든게 실패했고
그저 세상을 사랑하고, 인간을 사랑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었어
그저 사랑만 했을뿐, 내가 세상을 위해서, 인간을 위해서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더라
너무 늦게 깨달았을까
요정은 간다
이제 요정은 없다
그저 그런 인간이 되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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